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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촉촉히 내린 지난 토요일 아내와 가볍게 의성에 있는 고운사를 찾아갔다.
비가 내려서 추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은 촉촉하게 흙먼지 없이 깨끗한 산사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가을은 이렇게 주변에 와 있었다.
아직 된서리를 맞지 않아서인지 연록색의 잎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모습이 두려운가보다.
희뿌연 하늘을 향해 힘껏 손을 뻗어보지만 이제 그 힘에 부친다. 복잡한 나뭇가지의 선이 거미줄이 엉킨듯 어디서 부터 하늘을 찾아야할지 모르겠다.
바위 위 이끼가 총총 박혀있다. 수염이 길어서 까질한 중년의 아저씨 턱처럼 고민이 많아 보인다.
이렇게 흙으로 돌아간다.
아무 저항도 없이... 그리고 잊혀진다.
아무일도 없는 듯이 봄을 기다린다.
아직 거처를 찾지 못한 한 생명은 여유일까 아니면... 포기일까?
잎을 떠나보낸 가지는 하을을 복잡하게 분할했다.
얼핏 봄의 언덕이 연상된다.
하지만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가을을 지나
겨울 바로 앞까지 왔다.
새로운 생명은 어떻게든 존재감을 서서히 만들고 있다.
상처...
아물 수는 있지만 지울 수는 없다.
조용한 산사의 겨울 준비는 소리없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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