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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귀농이야기

시율이와 시골에서 산다는 것

젊은 층의 귀농에 있어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교육'이다.

좀 다르게 접근하면 어렵지도 않은데... 시대의 흐름이라고 봐야하나 아니면 유행이라고 가볍게 봐야하나 고민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결정을 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한국교육의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문제이기도 한 '교육열', 어떻게 보면 국가적 장점일 수도 있지만 한 개인의 인생을 두고 보자면.. 아니 인본주의적으로 보자면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어릴때부터 매여사는 우리 작은 생명들...

좀 자유롭게... 위험하지 않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의 삶을 선택하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키우고 싶은데.

현실에서는 좀 다르다.

사실 어린집에 다닌 2달 정도는 나는 정말 편했다. 아침에 약 1시간 반정도 밥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 것이 좀 처음하는 일이라 어려웠지만 보내고 나면 5시 반까지는 그냥 내 세상이다. 맘껏 일할 수 있고 신경 안써도 되는데...

문제는 여러명의 어린이들이 모여 활동하다보니 걔중에는 꼭 아픈 애들이 한둘이 있고 가끔 그 아픔이 옆에 아이들에게 전달이 된다. 특히 3,4세 막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의 경우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가 돌고도는 현상이 꽤 오래 지속된다.

시율이도 근 1달반을 감기약을 밥먹듯이 했는데.. 문제는 감기는 저항력이 따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걸리는 것이 감기다. 아직 어리다 보니 약을 먹지 않고는 버티는 것이 어렵고 중이염이나 비염 등으로 함께 고생하게 된다.

애가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일단 아프면 나는 꼼짝도 못하고 옆에서 돌보는데 어디 농사일이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니고 시간은 흘러흘러 가고.

과연 어린이집에 이대로 보내는 것이 맞을까...? 고민을 했다.

내가 데리고 있으면서는 농사일을 못할까?....

그래서 요즘은 5시에 일어난다. 5시만 해도 밝다. 일어나서 과수원 돌보고(방제작업, 제초작업, 기타...).. 한 두시간정도는 아침에 시원하니까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애기 엄마가 퇴근해 오면 또 두어시간 더 할 수 있으니까... 어지간한 급한 일은 거의 처리가 가능하다.

낮엔 시율이와 함께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같이 과수원에서 노는 것이다. 내 과수원에는 화학약이 없다. 그냥 자연그대로 '식초'만 친다. 그래서 시율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다. 단 뱀만 조심하면...

그리고 호박밭에 같이 논다. 아직 호박이 어려서 그냥 운동장같다.

한 1주일정도를 이렇게 보내니까...

굳이 어린이집이 아니어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것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든다.

아직 시율이에게는 '재미'만 있으면 되니까...

어린이집을 다닐때보다 더 밝고 씩씩하고 잘 먹고 잘 잔다.

얘기도 많이 하니까 부자(父子) 간의 사이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내가 너무 행복하다.

시율이? 어린이집을 정말 싫어한다. 그냥 부모와 떨어져서 싫다기보다는 그냥 그런 환경이 아직은 어려운 모양이다. 지금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가끔 할 말을 잃고 만다.

'아빠랑 이렇게 노니까 좋다.'

자식이 부모와 함께 놀면서 좋다고 하는데...

다시 책을 좀 봐야겠다.

칼비테의 '영재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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