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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잘먹고잘살기

말로만 듣던 신종플루를 겪고...

출퇴근 동선에는 늘 감염의 위험요소가 존재했다. 물론 직장에도 늘 감염자들이 있었고 특히 불특정 다수와 접촉이 가능한 대중교통수단은 늘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지난 수요일 아침. 늘 이불을 차던지던 습관이었는지 아니면 이번 강추위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그런지 자고 났는데 영 개운치 않았다. 아침부터 약간의 두통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늘은 서울 지인의 부친상이 있어서 문상을 가야할 상황이라 조금 염려는 됐지만 설마하는 생각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오전 스케줄대로 업무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두통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전날의 복통도 여전하고 두통은 시간이 갈 수록 심해지는 것같았다. 체온계로 측정했지만 뚜렷한 발열은 없어서 평소 늘 겪는 가벼운 두통이 오늘은 좀더 심한가 보다 생각했다.

일찍 마치고 문상길에 올랐다. 평소때보다는 좀더 생각해서 식사를 챙겨먹고 귤과 마실 음료수를 사서 열차에 올랐다. 옷을 많이 입어서 답답한가 하고 겉옷을 벗고 자리에 앉아 잠을 청했다. 한 2~30분 정도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같았지만 상황은 아니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에서 두통은 여전했고 온몸이 약간 화끈거릴 정도의 발열도 느껴졌다.

괜한 문상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벌써부터 돌아갈 일이 걱정이 되었다.
더구나 애기(건강에 특히 유의해야하는 상황)있는 집도 방문해야되는데...

아니겠지....

근처 약국에서 감기초기에 먹을 수 있는 약을 좀 사서 먹었다. 좀 나았다. 지들과 만나서 모여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날씨는 대단했다. 장례식장에 내려서 걸어들어가는데 어찌나 춥던지... 두통은 여전했지만 약 기운에 많이 좋아진 것같았다.

문상을 마치고 되돌아오는길... 서너시간은 가야하는데... 막막했다. ktx열차에 올라타고 출발하는데 두통과 함께 발열이 심해져왔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오한이 들고 머리는 눈알이 튀어날듯이 아팠다. 기침을 하면 머릿속 실핏줄 하나가 터지지는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와이프한테 전화를 걸어서 작은방에 보일러 넣어 놓고 따로 잘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했다. 환승을 하려는 역에서 30분 넘게 기다리는데 최절정이었다. 어지럽고 구토 증세도 있었다.

혹시 신종플루 아닐까...? 아니겠지. 먼거리를 이동해서 피곤해서 그럴거야. 뭐 먹은게 잘못됐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겨우 집에 도착해서 누워 잠을 청하는데 2시간정도를 뒤척이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태어나서 머리가 아파서 잡을 설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술이 떡이 되도록 먹고 난 다음날 아침의 최악의 숙취의 고통의 10배는 되는 듯 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도저히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몸살기가 온 몸으로 퍼졌다. 특히 허리와 등이 두들겨 맞은 듯이 아팠고 머리는 점점 더 심해서 돌아 눕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뭔가 잘 못된 것같았다. 일단 직장에 연락을 했다.

왜 하필 젤 바쁜 시점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었다.

잠시 더 있다가 동네병원에 갔다. 둘둘 걸치고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 앞에 앉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이건 딱 신종플루네. 배 아프고 머리 아프로 목이 난리가 났네...

목? 머리가 하도 아파서 목이 아픈거는 느끼지도 못했다. 화면상으로 내 목의 상태를 보니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간이 검사를 했다. 바로 결과가 나왔다. 신종플루 양성반응. 정확도 93.6%. 이건 확진 받을 필요도 없단다.

할 말이 없다. 우리 시율이는 어떡하지? 혹시 옮기지 않았을까? 그렇게 조심한다고 했는데.. 이게 뭐지? 가뜩이나 요즘 시율이는 중이염에 기침에... 상태가 좋지 않은데.

위기다.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타미플루를 받아 들고 집에 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먼저 전화로 아내에게 알렸다. 수화음에 깜짝놀라는 모습이 들려온다.

미안해....

일단 어제부터 오늘 병원에 가기까지 시율이와는 접촉이 없었다. 예상은 했기에 시율이를 안거나 만지지는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 생활해야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이미 앓았던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여과방을 잡으란다.

일단 약을 먹고 3일 정도 지나면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많이 떨어진다니 며칠동안 격리생활을 해보자. 인터넷 사례도 읽어본 적도 있고 그렇게 쉽게 신종플루가 감염되지는 않는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도 있고 해서...

화장실이 2개지만 화장실이 딸린 방은 추워서 작은 방에 있기로 했는데... 화장실 용무가 문제다. 그래서 간이 요강을 준비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격리를 시작했다. 환기는 하루에 10번도 더 했고 약국 에탄올 소독약으로 모든 접속가능한 물건들은 소독을 실시했다.

약이 어찌나 졸리던지.. 첫날은 거의 18시간을 잤다.

두통은 타미플루를 먹은 둘째날 저녁이 되어서야 멎었다. 복통은 3일째. 그리고 목의 통증은 5일째 많이 호전되었다. 별 다른 악화되는 현상이 없이 오늘 타미플루 다 먹고 첫째날이다. 내일 부터는 정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은 최상의 컨디션이다.

율이도 그동안 다 나았고 아내는 내가 타미플루를 이틀째 먹던 날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며 병원을 다녀왔는데... 그날 정말 최악의 위기상황이 될 뻔 했으나 다행히 비염으로 인한 축농증과 그로 인한 두통이었고 전염되지는 않았다.

병원에서 말하는 감염시점은 지난 주 수요일이나 화요일로 예상을 했다. 돌이켜보니 약간 긴장이 풀린 상태였고 불특정 다수와 많은 접촉이 있었던 경우였다.

이번 일을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가족들의 소중함. 특히 직장 동료들에게 지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여러가지로 바쁜 시점에 플루휴가?를 받아 본의아니게 폐를 많이 끼쳤던 것같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의미가 있다.

ps.

감기와 다른점...

신종플루는 감기와 다르게 일단 발병하면 아주 급속하게 최악의 상황으로 진행한다는 점.
그리고 복통과 함께 고열, 호흡기질환을 동반한다는 점.(다 아는 사실)
또 하나... 두통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하다는 것. 정말 최악이었음.

그리고

성의껏 간호해 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평생을 두고 갚지 못할 또하나의 빚을 졌는데...

"고마워. 자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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